저도 연금저축을 시작한 지 5년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쉽습니다. 연금저축펀드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시작했다면 지금쯤 훨씬 큰 목돈이 쌓여 있었을 텐데, 시간의 복리를 놓쳤다는 게 너무 아깝습니다. 은퇴까지 10년 정도 남은 시점에서 연금 준비를 점검하다 보니, 일반적으로 알려진 방법과 실제 경험 사이에 꽤 차이가 있더군요. 특히 퇴직연금 관리와 연금저축 활용에서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퇴직연금 먼저 체크해야 하는 이유
일반적으로 은퇴 준비라고 하면 연금저축부터 떠올리는데, 제 경험상 퇴직연금을 먼저 점검하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저희 회사는 퇴직금 제도라서 개인적으로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를 만들어서 관리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IRP란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을 때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받기 위해 개설하는 계좌를 말합니다. 주변에 같은 조건으로 회사를 다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회사는 DB형(Defined Benefit,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제도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8년 정도 근무한 시점에서 회사가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했는데, 친구가 은행에 문의해보니 이자 수익만 500만 원 정도 차이가 나더군요. 그때 정말 깨달았습니다. 퇴직금을 그냥 일시불로 받는 것과 퇴직연금으로 운용하는 것의 차이가 이렇게 크구나 하고요. 2024년 기준으로 국내 근로자의 약 80%가 퇴직연금 가입 대상인데도 불구하고(출처: 고용노동부), 실제로 제대로 관리하는 비율은 훨씬 낮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처럼 5인 이상 사업장인데도 퇴직금 제도로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솔직히 이건 근로자 입장에서 불리한 구조입니다. DC형(Defined Contribution,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이나 DB형 퇴직연금으로 운영했다면, 지금쯤 쌓인 퇴직금이 원금에 운용수익까지 더해져서 훨씬 커졌을 텐데요. 퇴직연금 계좌 안에서는 원리금보장상품부터 ETF(상장지수펀드), 펀드, 리츠까지 다양한 상품으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은퇴가 가까워진 상황이라면 공격적으로 주식형 자산에 투자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축은행 예금이나 한국증권금융 예금, ELB(주가연계증권) 같은 원리금보장상품 중에서 금리가 높은 것을 골라도 충분합니다. 실제로 제가 확인해봤을 때, 일반 시중은행 예금보다 저축은행 예금이나 증권금융 예금의 금리가 0.5~1%포인트 정도 높았습니다. 1억 원 기준으로 연 1%면 100만 원 차이입니다. 몇천만 원에서 몇억 원까지 쌓일 수 있는 퇴직금을 현금성 자산으로 방치하는 건 정말 아까운 일입니다.
퇴직연금 운용 상품을 선택할 때 확인해야 할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원리금보장 여부와 예상 수익률
- 만기 시점과 자동 재예치 조건
- 중도해지 시 불이익 규정
연금저축 세제혜택과 수령 전략
연금저축은 50세가 넘어도 시작하기에 전혀 늦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젊을 때 시작해야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은퇴 직전이라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연금저축 계좌는 나이 제한 없이 개설할 수 있고, 55세 이후부터 연금 수령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최소 5년은 납입해야 하고, 수령 기간은 최소 10년 이상이라는 점입니다. 즉, 55세에 개설해도 60세부터 수령할 수 있고, 그 이후 최소 10년간 연금을 받으면서도 남은 금액은 계속 투자 상태로 굴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57세에 연금저축을 시작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정년 60세까지 3년 동안 연간 1,800만 원씩 한도를 꽉 채워서 납입하면 원금만 5,400만 원이 쌓입니다. 2025년 기준으로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서 연간 최대 1,8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출처: 국세청), 이건 직장인에게 상당한 절세 효과입니다. 은퇴 직전에는 연봉이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세액공제 혜택도 최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퇴직 후에도 다른 직장에서 계속 일한다면 연금저축에 추가 납입이 가능합니다. 제 경우에는 월 50만 원 정도씩, 연간 600만 원 정도를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소득이 줄어든 상태에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계속 불리는 거죠. 이렇게 5년 정도 더 납입하면 원금으로만 8,400만 원 정도가 쌓이고, 8년간의 운용 수익까지 더하면 1억 원이 훌쩍 넘는 목돈이 만들어집니다.
65세부터 본격적으로 연금을 수령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연간 1,500만 원 한도를 넘지 않는 것입니다. 사적연금 한도 1,500만 원을 초과하면 연금소득세 3.3~5.5% 대신 종합소득세나 16.5%의 분리과세를 적용받게 됩니다. 여기서 사적연금이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같은 공적연금을 제외한 개인이 준비한 모든 연금을 의미합니다. 연금저축과 IRP가 여러 개 있다면 모두 합산해서 1,5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수령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특히 주의할 점은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과 수익금만 1,500만 원 한도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세액공제를 받지 않고 납입한 원금은 이 한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초반에는 비과세 원금을 먼저 인출해서 쓰면 세금 부담 없이 큰 금액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계산해봤을 때 제 계좌에는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원금이 약 2,700만 원 정도 있었는데, 이 부분은 연금소득세도 없고 사적연금 한도에도 포함되지 않아서 65세 이후 액티브 시니어 생활을 할 때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연금 수령 시 세금을 최소화하려면 다음 사항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 연간 수령액을 1,500만 원 이하로 유지
- 세액공제 받지 않은 원금은 우선 인출
- 퇴직금이 든 IRP는 별도 관리
연금저축 계좌를 여러 개 가지고 있다면 55세 이후에 통합할 수 있는데, 이때 절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퇴직금이 들어 있는 IRP는 다른 계좌와 합치면 안 됩니다. 퇴직금은 퇴직소득세를 적용받는데, 세액공제 받은 연금저축과 합쳐지면 구분이 어려워져서 나중에 급하게 인출할 때 16.5%의 기타소득세를 물게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세액공제 받은 계좌, 세액공제 안 받은 계좌, 퇴직금 IRP 이렇게 세 개로 구분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번거롭지만 세금 측면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결국 연금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찍 시작하는 것보다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저처럼 늦게 시작했어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충분히 노후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녀들에게도 일찍부터 소액으로 연금저축을 시작하게 했는데, 나중에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자산이 바로 연금 계좌라고 생각합니다. 퇴직연금 운용 상태를 먼저 점검하고, 개인연금은 세제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수령 단계에서는 세금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세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