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제 아들이 투자에 관심을 가질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뒤 모아둔 목돈을 그냥 은행에만 넣어두더라고요. 수시입출금 통장에 몇 백만 원이 그대로 묵혀 있는 걸 보면서, 이건 아닌데 싶었습니다. 그렇게 우연히 접하게 된 투자 채널을 통해 초보자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아들에게 권유했습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아들이 지금은 매달 배당금이 들어오는 걸 신기해하며 재투자까지 결정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아들과 함께 겪은 초보 투자 경험을 공유하려 합니다.
CMA계좌로 현금 파킹하기
제가 아들에게 가장 먼저 권한 건 CMA계좌 개설이었습니다. CMA란 Cash Management Account의 약자로,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현금 관리 계좌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은행 수시입출금 통장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주는 통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은행 수시입출금 통장의 이율은 대부분 0.1% 수준에 불과합니다. 1,000만 원을 1년 동안 넣어둬도 고작 1만 원의 이자밖에 받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반면 MMW형 CMA는 연 2% 이상의 이자율을 제공합니다(출처: 금융감독원). 같은 금액을 넣어두면 20만 원 이상의 이자를 받을 수 있죠. 이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아들도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여기서 MMW란 Money Market Wrap의 약자로, 한국증권금융에 예금하여 수익을 내는 상품 유형을 말합니다. 증권사가 고객의 돈을 한국증권금융이라는 기관에 맡겨서 이자를 불려주는 구조입니다. 한국증권금융의 신용등급은 AAA로, 안정성 면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아들이 처음 CMA계좌를 개설하고 며칠 뒤, 계좌를 확인하더니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매일 이자가 들어오는 게 신기했던 거죠. 일복리 구조라서 어제 받은 이자에 오늘 또 이자가 붙는 방식입니다. 이 경험이 투자에 대한 첫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단, MMW형 CMA는 스마트폰으로 바로 개설이 안 됩니다. 증권사 지점에 직접 방문해서 신분증을 지참하고 개설해야 합니다. 저는 아들에게 점심시간을 활용해서라도 꼭 다녀오라고 했고, 아들은 그날 퇴근 후 바로 증권사를 방문했습니다. 그 작은 노력으로 평생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 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ISA계좌로 배당 경험하기
CMA계좌에서 현금이 불어나는 걸 경험한 아들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때 제가 권한 게 바로 ISA계좌였습니다. ISA는 Individual Savings Account의 약자로, 개인형 종합자산관리계좌를 의미합니다. 이 계좌는 투자로 얻은 수익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계좌입니다.
ISA계좌의 가장 큰 장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연간 2,0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유지할 수 있습니다. 둘째, 만기 해지 시 일반형은 200만 원, 서민형은 400만 원까지 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습니다. 셋째, 그 이상의 수익에 대해서도 일반 15.4%가 아닌 9.9%의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됩니다(출처: 국세청).
여기서 비과세란 수익에 대해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는 뜻이고, 분리과세란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별도로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사회 초년생에게는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 혜택도 있어서 더욱 유리합니다.
저는 아들에게 ISA계좌 안에서 여러 자산에 분산투자하도록 권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습니다.
- 미국 배당 ETF (40%)
- 국내 리츠 ETF (30%)
- 채권 ETF (20%)
- 현금성 자산 (10%)
아들은 처음에 1,000만 원을 투자했는데, 3개월 만에 매달 약 5만 원 정도의 배당금이 꾸준히 들어왔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데 돈이 들어오니 신기해하더라고요. 이 경험이 투자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졌습니다.
미국 배당 ETF 담기
ISA계좌에서 제가 가장 중점을 둔 건 미국 배당 ETF였습니다. 특히 SCHD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 ETF를 추천했습니다. SCHD는 Schwab U.S. Dividend Equity ETF의 약자로, 미국의 우량 배당주 100개를 담은 ETF를 말합니다.
국내에는 이 SCHD를 그대로 추종하는 K-SCHD라는 카테고리의 상품들이 여러 개 상장되어 있습니다. 미국 배당 다우존스라는 이름으로 검색하면 타이거, KODEX, ACE 등 여러 운용사의 상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들의 보수는 대부분 0.01% 수준으로 매우 저렴합니다.
제가 배당 ETF를 권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 초보자가 개별 주식을 고르는 건 리스크가 큽니다. ETF는 이미 100개 기업에 분산투자가 되어 있어서 한 기업이 망해도 영향이 적습니다. 둘째, 정기적으로 리밸런싱이 이루어집니다. 배당을 못 줄 것 같은 기업은 퇴출시키고 더 좋은 기업을 편입시키는 작업이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리밸런싱이란 포트폴리오 내 자산 비중을 주기적으로 재조정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성과가 좋지 않은 종목을 빼고 새로운 유망 종목을 넣는 과정입니다.
아들의 ISA계좌에는 이 미국 배당 다우존스 ETF가 포트폴리오의 40%를 차지합니다. 매달 배당금이 월말쯤 계좌에 입금되는데, 처음 받았을 때 아들이 "이게 진짜 제 돈이에요?"라고 물어봤던 게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배당금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더니, 고민 없이 재투자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복리의 힘을 이미 체감한 거죠.
자산배분으로 원금 지키기
아들에게 투자를 권하면서 제가 가장 강조한 건 원금 보존이었습니다. 사회 초년생에게 목돈은 정말 소중한 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가지 자산에 몰빵하지 않고 여러 자산군에 분산하는 자산배분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자산배분이란 주식, 채권, 리츠, 현금 등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자산에 투자금을 나누어 담는 투자 방법을 의미합니다. 한 자산이 하락해도 다른 자산이 방어해주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아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미국 배당주가 40%, 국내 리츠가 30%, 채권이 20%, 나머지 10%는 CMA에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도 채권과 리츠가 버텨줘서 전체 계좌의 변동성이 크지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초보자일수록 자산배분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제 아들처럼 투자 경험이 전혀 없던 사람이 갑자기 큰 손실을 보면 투자 자체를 포기할 수 있습니다. 첫 투자 경험이 손실이 아니라 안정적인 수익이어야, 장기적으로 투자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배당금이 매달 들어오는 구조는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과 별개로 현금 흐름이 발생하니, 투자를 지속할 동기가 생기는 거죠. 아들도 요즘은 월말이 되면 배당금이 얼마나 들어올지 기대하며 계좌를 확인합니다.
투자를 시작한 지 이제 6개월 정도 지났는데, 아들은 이제 스스로 투자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고 공부합니다. 저는 그저 첫 발을 떼는 계기를 만들어줬을 뿐인데, 아들이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합니다.
만약 주변에 투자를 망설이는 사회 초년생이 있다면, 이 세 가지만 권해보세요. CMA계좌로 현금 파킹부터 시작하고, ISA계좌에서 배당 ETF로 첫 투자를 경험하고, 자산배분으로 원금을 지키는 습관을 들이는 것. 이 세 단계만 밟아도 투자의 기본은 충분히 익힐 수 있습니다. 저희 아들이 그 살아있는 증거니까요.